여름방학이 되어 시골집에 가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얼렁뚱땅 핑계를 둘러대고는 멀리 친구집엘 갔다.
친구와 동네의 또래들과 어울려 동구밖 개천에서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고
잠자리에 누워, 잠이 깜빡 들었는가 할 즈음에
'아무개야, 아무개야, 어서 일어나라.
너 아버지는 벌써 논에 나갔다.
얼른 일어나서 나가 봐라' 모친께서 친구를 깨우셨다.
친구가 '예.'하고는
더듬더듬 옷을 찾아 입고, 내가 깰까 살폿살폿 나가서 문을 살짝 닫았다.
한지로 바른 방문틈으로 어슴푸레 밝아오는 여명이 보였다.
한 잠을 더 자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툇마루에 걸터 앉아 있으려니, 부친께서
'야야, 자네는 멀리까지 와서 잠도 시원찮을 터이니 한 숨 더자고,
아무개야, 넌 밤나무 좀 둘러 봐라' 하셨다.
친구가 '미안해. 얼른 댕겨 올테니 쉬고 있어.'하고는 연장을 어깨에 둘러 멨다.
혼자 있기도 뭐하고 해서, 따라 나서보니
집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지만 다소 가파른 산에 큰 밤나무가 있었다.
.........................
친구는 위로 누나,누나,누나....... 게다가
2대 독자이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귀하고 귀한 아들인지를...
'미운자식 떡하나 더주고, 고운 자식 매하나 더주라'는 선인들의 가르침을
부친과 모친은 몸소 실천하고 계셨다.
금쪽같이 귀하디 귀한 아들이기에...
저미는 애처로움을 가슴속에 묻으시며... 그렇게
.........................
친구는
세상을 마음의 귀로 듣고 마음의 눈으로 보는
내 인생의 스승이다.
마음속 깊이 존경하며 따르는...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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