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여선생님이 부임해 오셔서 1학년을 맡으셨고
나는 학교옆에 사는 지라 선생님의 조수가 되었다.
출근을 하시면 종종 불룩한 가방에서 이것저것을 책상위에 꺼내 놓으셨고, 그것들은
선생님과 내가 방과후에 할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학생들이 돌아가고 나면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 쓴 교재실(실상은 버려진 창고)에서, 그나마 쓸 만한 것들을 골라내서는 닦고 씻고... 선생님이 사오신 것들과 이리저리 맞추면 어느듯 수업도구들이 되었다.
커다란 말굽자석을 하나씩 들고, 개울가 모래밭을 몇시간이고 기어다니면 쇠가루가 한봉지 가득 모아졌고, 친구들과 재미있게 실험하는 밑천이 되었다.
...........................
어느날,
몇 년이고 닫혀만 있던 음악 교재실의 자물쇠가 풀렸지만, 선생님과 내가 힘을 합쳐도 미닫이 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보다 못한 덩치큰 남선생님이 합세하여 겨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어린 내게는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고물장수도 안 가져갈 녹슨 트라이앵글, 고무줄이 말라붙은 짝짝이, 폭탄이라도 맞은 듯 흉칙하게 찢어진 북... 운동장으로 끌어 내서는,
고르고, 맞추고, 끼우고, 닦고, 씻고...
그럭저럭 해질녘이 되어, 선생님께서는
흉칙하게 찢어진 큰북을 빨간 스커트 정장위에 둘러메시고는 퇴근 버스에 오르셨다.
다음날은 사오신 고무줄로 짝짝이(캐스터네츠)를 맞추어 묶고...
며칠후엔 말쑥하게 변신한 큰북이 북채까지 달고 돌아왔다.
큰 북아 울려라 둥둥둥...
쿵짝짝 쿵짝...
산골학교엔 매미소리와 함께 음악잔치가 벌어졌다...
................................
스승이 있다.없다...
뭔가 잘 못된 것은 분명한데... 말도 많고 의견도 분분하지만
꼬이고 꼬여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수가 없다.
그나마 학교가 유지되는 것은
누가 알아주든 않든, 말없이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고 계신 선생님들과
그런 선생님을 묵묵히 따르는 참된 학생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지켜주는 훌륭한 학부모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하는데 그렇게 많은 말들이 필요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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