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야 잘 가거라
막 20대에 들어선 어느날
동료들과 호프집에 둘러 앉았다. 잔을 몇 번 기울이고,
한 친구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시원한 맥주가 목을 축이듯이, 담배도 그럴 것 같아 한 대를 물었고,
그렇게 담배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천생연분인지 찰떡궁합인지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늘어서, 아예 가방에 담배 한 보루를 넣고 다니게 되었고,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이 흐른후, 급기야 건강이 나빠져 담배를 끊어야 할 상황이 왔다.
껌을 한통 샀다.
담배를 우습게 본 탓에 응당 참패했다.
담배를 모두 책상위에 올려 놓고
그중 한갑을 가위로 삭뚝 잘라서는 빨간 글씨로 '금연'이라고 써서, 책상머리에 끈으로 매달아 놓고, 나머지는 마당에서 잔혹한 화형식을 거행했다.
하룬지 이틀인지... 지나서, 매달린 담배조각에 불을 붙여 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결코 만만한 담배가 아니었다. 또 졌다.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돈을 싹 치워 버렸다. 동전까지도.
며칠이 지난 어느날 한밤중. 문닫힌 담배가게 앞을 나는 서성이고 있었다. 또 며칠이 지났다. 길을 가면 온통 담배꽁초만 보였다. 좀더 피울만큼 남아 있는 소위 장초가 보이면 얼른 주워 싹싹 닦아서 입에 물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이렇게는 안되겠다...
담배를 필때 어떤가를 생각해 보았다. 맛은 약간 쓰고, 연기를 빨아들이는 묘한 감각이 있고,...
뭔가 시원하고, 자극이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을 찾아 봤다. 어느 순간, '시원한 맥주'가 떠올랐고, "됐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맥주가 이뇨작용을 해서, 니코틴 배출을 돕는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해서 더 좋았다.
수퍼에 가서 캔맥주를 몇 박스 배달시키고, 중고 가전상에서 네모난 작은 냉장고를 들여와 가득 채웠다. 그리고 나니 마치 백만대군을 거느린 장수라도 된양 '자신감'이 생겼다.
담배가 피고 싶으면, 주저없이 맥주를 들이켰다. 처음에는 단박에 2~3캔씩...
당연한 현상이지만, 해가 둥천에 오르기도 전에 술에 취해 헤롱헤롱하다가 골아 떨어졌다. 그렇게 두달여가 지나면서, 담배에 대한 욕구는 자제할 정도가 되었는데, 생활이 엉망이 된 것은 달게 받을 일이지만, 아랫배가 차갑고 음식만 먹으면 설설사사... 위장이 망가졌다.
그러던 어느날, 맥주를 입에 대는 순간 '욱'하고 올라왔다. 하늘이 도운 것이다.
'에이, 저런 한심한 놈!' 하면서도 금연에 대한 열의는 기특했던가 보다. 하늘의 도움으로 자연스레 내게서 맥주는 사라졌고, 맥주 없이도 흡연욕구를 참을 수 있었다.
방과 옷에서 담배 냄새가 사라지고, 주머니도 말끔해지고, 비싼 담배값도 안 들고, 건강도 회복하고,...새로운 삶이 시작되었고 참 좋았다.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특히 술자리에서 코끝을 스치는 담배연기는 정말.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잘 참아내면서 꼬박 5년을 채웠다. 단 한대도 안피우고.
그런 어느날 하늘은 나를 시험대에 올렸다.
속이 말 그대로 확 뒤집히는 일이 생겼다. 누군가가 불을 붙여 건네주는 담배를 무심코 받아 피웠다. 떠났던 담배가 옷보따리를 부둥켜 안고 돌아 온 것이었다. "맙소사!
담배와의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과는 달랐다. 한 번 떠났던 터라 그런지, 같이 살면서도, "에이, 이놈의 담배를 끊어야지..." 늘상 그렇게 투덜거렸다. 그래도 감히 끊겠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5년을 쌓은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였기에 자신이 없었다.
세월은 쏜 살같이 흐르고, 이제는
담배와의 인연을 정리해야할 상황이 왔다.
전에는 담배를 피고, 물 한모금 마시고 '아자자!'기지개를 펴면 금방 머리가 맑아 졌는데, 언제부터인가 땀을 뻘뻘 흘리며 등산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다.
팔다리가 고장이 나도, 정신이 맑으면 주위사람 힘들게 하지 않고도 내 몸뚱이 하나는 끌고 갈 수 있지만, 사지가 멀쩡해도 머리가 고장나면 주위사람들을 궁지에 몰아 넣고 그들의 삶을 망가뜨리게 된다. 그럴까봐 두려워졌다.
.............
일전.一戰을 목전.目前에 두니
만감이 교차하고, 담배와 함께 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치우며 가슴을 저미는구나...
오호, 애재라!
이별의 아픔과 재회의 기쁨을 맛보며
기나긴 세월 동고동락 하며,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으되
인연따라 만나고 인연따라 헤어지는 것이니 서러워 마라...
담배야, 잘 가거라.
2008년 7월 26일
정든 담배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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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웨이풀님 !
안녕하세요 ?
금연 ! 하 ! 저도 함께 하고픈데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런지 ???
두려움부터 먼저 앞서네요.
먼저 시작하셨으니 틈틈히 글끝에 몇줄이라도 소감을 남겨주시면 고마울텐데...
그럼 저도 자극받아서 편승해 볼랍니다.
아직 여행중이네요. 이번엔 좀 길게 잡습니다. 지금 대전이랍니다.
그럼 꼭 금연에 성공하시길 바래요^^
실패하시면 왕댓글 진월이도 희망이 꺽입니다.
기대할께요.(부담백배~~~~~ 하하)
진월님 여행중.대전...
즐거운 여행하세요. 그리고
금연은 성공을 해야만 하는데 어찌될지...
성공해야겠지요. 고맙습니다.
목표가 생기셨으니 분명 달성하실 수 있으리라 믿어요~^^
2008년 남은 시간동안 꼭 금연에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홧팅하시길!!
권대리님 고맙습니다.
나 금연시작한다 라고 동네방네 떠들어 놓았으니...
이제는 싫든 좋든 해보아야겠지요. 두려움 반 아쉬움 반...
행복하세요
백해무익한 담배를 몰아내기로 마음 먹으셨다니 기쁩니다!
꼭 성공하셔서 건강도 지키시고 주머니도 지키시길 바랍니다ㅋ
Bold님 안녕하세요
님의 응원에 힘입어 성공을 해야 할 터인데요.
고맙습니다.
웨이풀님 안녕하세요.
금연에 도전하신다니 꼭 성공하실꺼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하세요^^
하이데스님 안녕하세요
예, 성공하고 싶고 하렵니다.
화이팅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심지가 약해서 한번 배우면 못 끊을 것 같아서
아예 배우지 않고 있습니다.
5년간 끊으셨다니 제가 보기엔 대단하세요.
이번엔 확실히 끊으시길 바랍니다.
룡용님 안녕하세요
담배 시작하지 않으시는 것 백번 잘 하셨습니다.
말그대로 백해무익입니다. 보통말로 인이 박힌다고 하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금단현상은 ... 끔직합니다.
절대로, 절대로 시작하지 마세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