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준봉에 단풍이 아름다우니, 이제 며칠 후면 북한산도 갖가지 아름다운 옷을 입고 객을 맞이하겠구나.
봄에 피는 꽃이 아름다운 것은 비바람과 무더위를 앞에 두었지만 삶을 시작하는 젊음이기 때문이고,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그 모든 풍파를 이겨낸 후에 얻어지는 인자하고 풍성한 원숙미이기 때문이리라.
우리네 삶도 다르지 아니한 듯 하다.
지레 꽃을 피우려고 나아가 단풍으로 물들이고자, 때와 상황을 거스러며 무리를 하여, 이래저래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자연의 미진에 지나지 않음을 까맣게 있고 사는 인생들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때를 거슬러 인위를 가해서, 원숙미가 없는 겉모양만의 단풍을 만들어 놓고, 자화자찬하는 일들은 그 명분이 무엇이든 지양되어야 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슬러 만들어진 것은 결국은 자연의 이치대로 돌아가게 마련이고, 그 뒤치닥거리에 많은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설악준봉이 아니어도, 집앞에 사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라도 단풍속에 깃들인 자연의 원숙미를 읽어보는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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